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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절을 맞아 회사 사람들과 일본에 스키 원정을 갔다왔다. 목적지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長野)의 하쿠바(白馬)

하쿠바에는 여러 스키장들이 모여있지만 그 중에 유명한 것은 고류(五竜)스키장과 하쿠바47, 그리고 합뽀오네(八方尾根)스키장, 이와타케(岩竹), 하이랜드 스키장등이 있다. 모두 거리가 숙소에서 비슷비슷해서 우선 숙소까지 가서 여장을 풀고 어느 스키장으로 갈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3월1일 고마츠(小松)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주루룩 내리고 있었다.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은 것이 빗속에서 스키를 타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버스를 타고 니가타(新潟)현까지 갔다가 나가노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갔다. 대략 6시 반쯤 되어 숙소인 호텔 하쿠바에 도착하였다. 도착한 후 방에서 여장을 풀고 식당으로 가서 사람들과 저녁을 먹었다. 부페식 식단이고 생각보다 꽤나 괜찮게 나왔다. 식사 후 호텔 내의 온천하고 허님과 함께 편의점을 찾아 나섰다. 눈은 보슬보슬 내리고 길은 잘 보이지 않았다. 호텔 로비에서 물어본대로 20여분을 걸어서 마침내 로손(LAWSON:편의점)을 찾았다. 아사히나 기린, 삿뽀로 맥주보다 좀 더 비싸고 진한 에비스(YEBISU)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하나 집어들고 나왔다. 20여분을 걸어왔기에 조금 더 빨리 돌아갈 만한 길을 찾아 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호텔쪽으로 갔다. 저 멀리 호텔은 보이는데 호텔쪽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온통 눈으로 덮여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호텔쪽을 지나 딴 곳으로 계속 가고 있는 듯 해서 집과 집 사이 길로 접어들었다. 눈이 내 키 만큼 쌓여 있었지만 빨리 호텔로 가고 싶은 마음에 눈덩이 위를 넘어갔다. 가면 갈 수록 발은 깊이 빠지고 앞서 가던 허님은 뒤에서 보기에도 위태위태해보였다. 호텔 근처 온천의 앞마당으로 간신히 헤쳐나왔다. 호텔로 돌아오니 옆방에 있던 사람들이 찾아왔다. 편의점을 갔다 왔다는 얘기를 듣고 뭐 먹을 것이라도 있는가 해서 찾아온 것이다. 그 고생을 해가며 사온 것이 겨우 맥주 2캔과 안주 한 봉지인 것을 보고 실망하는 눈치였다.

암튼 다음날....





위와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3/2일 갔던 스키장은 하쿠바47과 고류스키장이다. 하쿠바47과 고류는 하단부에서는 서로 나뉘어있지만 정상을 통해서 서로 넘어갈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곤돌라를 타고 산중턱까지 올라갔다. 산 정상까지 가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타고 조금 내려온 후 산 정상으로 가는 리프트를 타야만 했다. 이제 스키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라서 안개가 껴서 시야가 확보가 안된 갈래길들이 무섭기 시작했다. 길 잘못 가면 상급자코스에서 굴러다닐수 있기 때문이었다.





호텔에서 빌린 스키도 10년도 더되어 보이는 얍실한 스키인데다가 길도 안 보이고 더군다나 실력은 더욱 따라주질 못했다. 실력이 안되면 장비로라도 때웠어야하는건데...

이윽고 산 정상으로 가는 리프트를 찾아서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산 정상에서도 멀리 볼 수가 없었다. 지도를 확인해보기도 전에 사람들이 출발했다. 함부로 광호님을 따라가지 말라던 재열님의 충고(초보를 상급자 코스로 끌고 다니기 때문에...)가 생각이 났지만 시야를 확보하기 힘든 상태에서 사람들에 가까이 붙어갈 수 밖에 없었다. 넓은 슬로프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스키가 눈 속에 살짝 묻히기 시작했다. 광호님이 파우더라고 하면서 양발에 체중을 분산해서 실어야 빠지지 않는다고 천천히 따라오라고 했다. 어떤 사람 말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밟아볼 수 있다던 파우더를 스키장 3번만에 밟아보게 되었다. 파우더 길을 지나 슬로프에 접어드니 점점 경사가 심해지는게 내가 느끼기에 낭떨어지가 되었다.



이렇게 곤란할 수가... 정상을 통해서 고류 스키장으로 넘어가야했기에 어떻게든 따라가야했다.





위의 사진은 마치 내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듯한 광경이지만 사실은 제일 못 타기 때문에 제일 먼저 출발할 수 밖에 없어서 먼저 간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출발해서 아래쪽까지 쉬지 않고 타면 이미 다른 사람들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곤 했다.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출발해야 했다.



마치 용평의 레인보우 패러다이스와 같이 좁은 길들도 지나고 널찍한 슬로프도 지나서 간신히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 산 아래쪽은 넓고 완만한 초보코스가 있어서 타기는 좋았지만 눈이 슬러쉬가 되어가고 있었다.
오후 4시쯤 되어 호텔로 돌아와 온천을 하고 힘든 일정의 이튿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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