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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폭설속 퇴근기

앤디군 2005. 12. 22. 10:01
지금 제주도에 출장 나와있다. 제주도에 전에 몇번 와봤지만 바람 좀 심하고 다른데에 비교해서 따뜻한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제 그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점심때에는 눈은 오지 않았지만 몸이 밀리고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더니 늦은 오후에 접어들면서 눈이 오기 시작하고 눈보라로 바뀌기 시작했다. 8층 건물에서 내려다 보니 눈은 바람에 날려 거의 수평으로 쓸리고 있고 항상 보이던 제주 앞바다와 제주 공항은 볼 수가 없었다.

퇴근길은 더 가관이었다. 회사 동료가 숙소까지 태워다 준다고 해서 운전자 포함 3명이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스프레이 체인(spray chain)이라고 뿌리기만 하면 타이어에 체인을 감은 것 같은 효과를 내주는 게 있다고 해서 그걸 바퀴에 다 뿌리고 출발했다. 주차장 출구부터 문제가 생겼다. 차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올라가질 못했다. 결국엔 운전하시는 분이 핸드브레이크 걸고 브레이크 태워가며 간신히 올라왔는데, 발광체가 아닌 것은 10여미터 앞에 있는 것도 보기 힘들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시커먼 눈보라에 하늘에 파랗고 빨갛게 떠있는건 신호등이고 눈 앞에 있는 노란, 빨간 점들은 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까이 접근해야 그게 버스인지 트럭인지 구분이 되고 차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 같았다.

또 다른 문제는 비탈길에서 생겼다. 얕은 비탈길을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앞에 가던 버스가 정류장이라서 서는 바람에 우리차도 같이 서고 말았다. 앞에 있던 버스는 체인을 감고 있어서 바로 출발해서 가버렸지만 우리차는 바퀴는 공회전하고 뒤로 미끌어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비탈길이 끝나는 곳까지 열심히 차 뒤를 밀어서 비탈길을 빠져나왔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커브길.. 아슬아슬한 곳은 다 빠져나와 숙소 앞에 까지 왔는데 조금 잠잠해지는 듯했던 눈보라가 다시 심하게 몰아쳤다. 눈 바로 앞에서 눈회오리가 쳐올라가고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평생 처음보는 이런 눈보라를 따뜻한 제주도에 와서 맞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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