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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키의 매력에 빠지다.

앤디군 2005. 12. 11. 16:42
지난 주말 회사 사람들과 용평 리조트에 갔었다. 스키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마침 회사에서 내 뒷자리 앉은 분이 굉장한 스키 매니아이고 가르쳐 준다고 해서 따라 나서게 됐다. 몇주 전부터 지르기 시작한 스키 장비 값으로 100만원 가까이 투자한 뒤라 발 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용평으로 따라 나섰다.

토요일 오후 용평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2시간를 달려 용평에 도착하였다. 처음 가보는 스키장이라 어떤 곳인지 궁금하고 스키를 타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였다. 6시쯤 도착하여 핫도그로 저녁을 때우고 스키와 폴을 빌려서 초보자용 슬로프(옐로우) 하단 부로 가서 걷기부터 배우기 시작하였다. 옆으로 걸어서 슬로프를 올라가는데 스키를 평행으로 하면서 걸어야하는데 잘 되질 않는다. 힘들여서 20여미터를 올라가서 A자 형태로 다리를 만든 뒤 쭉 타고 내려오는 연습을 했다. 평소에 팔자걸음으로 걸어서 그런지 발끝을 앞으로 모으는 A자가 시원하게 벌려지지 않는다. 넓게 A자 형태로 벌려야 속도를 줄이면서 내려올 수 있는데 좁게 만들어지니 속도 조절이 되지 않고 쭉 내려오다가 넘어지고 게다가 A가 좌우 대칭이 아니라 그런지 자꾸 몸이 왼쪽으로 돌아간다.
슬로프 밑바닥에서 몇번 그러고 나니 옐로우 슬로프의 정상은 까마득하게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최상급 코스인 레드 슬로프는 절망을 느끼게 해준다. 두시간 정도 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발은 벌써 아프기 시작하지.. 이틀 남은 일정이 길게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오늘은 40여미터를 걸어올라갔다. 리프트 티켓도 없고 아직 사기는 아깝다. A자로 내려오며 턴을 하는 걸 배웠다. 발 바닥 안쪽에 힘을 주며 몸의 체중이 스키에 골고루 전달되도록 누르면 그 반대쪽으로 몸이 돌아간다. 여기서 중요한건 발 바닥 안쪽에 힘을 주어 스키 안쪽 엣지가 눈속에 파고 들게 하는 것과 체중이 한쪽 다리로 모두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걸 깨닫지 못해서 이 날 저녁도 핑크 슬로프에서 많이 뒹글었다. 오후에 두 사람의 일행이 합류 했는데 난 야간에 사람이 없를 때 타려고 오후에는 그냥 쉬었다.
밤이 되자 나의 스키 스승은 핑크 슬로프로 날 끌고 갔다. 리프트 티켓도 샀고 옐로우에서 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핑크로 갔다. 리프트에 내려서 슬로프 쪽을 돌아보니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슬로프 쪽으로 슬슬 다가가니 그제서야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내가 여기를 내려갈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첫번째 턴에서 가속이 되기 시작하더니 슬로프 위에서 뒹글었다. 몇번 뒹글면서 간신히 내려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옐로우로 올라가서 핑크쪽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첫번째 턴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역시 가속이 되는게 아닌가... 그냥 넘어져서 멈추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다.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서 그냥 A자로 다리를 벌리고 직활강하는 수밖에 없었다. 노랗게 고글을 통해서 슬로프 바닥이 빠르게 지나가는게 마치 게임과 같이 느껴졌지만 발바닥으로 부터 전해오는 진동이 이건 실제 상황이고 여기서 넘어지면 20~30미터는 뒹글 상황이라 겁이 나긴 했지만 그냥 참고 쭉 내려갔다. 슬로프 밑에서 사람들이 초보가 직활강을 하다니 참 잘했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다음 날 아침,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메가그린 슬로프를 가자고 한다. 난 그냥 옐로우에 머무르고 싶은데 왜 자꾸 여기 저기 가려고 하는지..
아침 스키 준비
메가그린 슬로프 역시 리프트에서 내려서 보니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린 슬로프는 좌우 넓이가 두배 정도는 되어서 턴을 안 해도 어느 정도는 내려갈 수 있어서 연습하기에 좋았다.
메가그린
메가그린
이 날 배운 테크닉(?)은 턴을 할 때 발에 힘을 주는 타이밍에 관한 것이다. 턴을 할 때 속도를 줄이기 위해 빨리 돌려는 마음에 슬로프 아래쪽 발에 힘을 빨리 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스키 플레이트 엣지가 걸려서 스키가 방향을 바꾸지 못해 넘어지곤 했다.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몸이 반쯤 돌아서 스키가 슬로프와 수직이 되는 시점까지 기다려서 천천히 눌러주니 비교적 턴이 안정적으로 된다.
폼만 박데몬

중간 중간에 포기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100여만원 가까이 투자한 스키옷, 부츠, 고글 등의 장비 값 때문에 포기 하지 못하고 스키를 배워봤다. 대충 속도 조절도 되고 평평한 슬로프는 슬슬 내려올 정도 되니깐 스키가 점점 재밌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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